취업하고 첫 월급을 받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통장에 평소보다 큰 금액이 들어오니까 괜히 기분도 좋고,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들도 하나씩 생각났다.
“이 정도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그래도 조금은 남겠지?”
처음에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월급이 들어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월세가 빠져나가고, 카드값이 빠져나가고, 교통비에 식비까지 쓰다 보니 통장 잔액이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다.
분명 월급은 받았는데 왜 이렇게 돈이 없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처음부터 재테크를 잘할 필요는 없다.
주식이나 ETF를 공부하는 것도 좋고 금리가 높은 적금 상품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내가 얼마를 벌고 있고, 매달 얼마를 쓰고 있는지 아는 것.
첫 월급을 받은 사회초년생이라면 개인적으로 아래 7가지는 한 번쯤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1. 첫 월급은 일단 급여명세서부터 확인하기
첫 월급이 들어오면 통장 잔액부터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통장에 들어온 금액만 보는 것보다 급여명세서를 한 번 확인해 보는 게 좋다.
취업할 때는 대부분 연봉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연봉 3,500만원이면 한 달에 거의 290만원 정도 받겠네.”
이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은 다르다.
소득세나 지방소득세,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여러 항목이 공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에 따라 식대나 교통비, 각종 수당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급여명세서를 봐도 뭐가 뭔지 잘 모를 수 있다.
그래도 한 번쯤은 기본급이 얼마인지, 수당은 어떤 항목으로 들어오는지, 공제되는 금액은 얼마인지 확인해 보는 게 좋다.
앞으로 월급 관리를 할 때도 연봉보다는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2. 한 달 동안 쓴 돈을 전부 한 번 확인해 보기
개인적으로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을 모으려고 하면 보통 “이번 달부터 아껴야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뭘 줄여야 할지는 잘 모른다.
나도 처음에는 식비가 가장 많이 나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 카드 내역을 하나씩 확인해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돈이 많이 나가고 있는 경우가 있다.
회사 근처에서 매일 마시는 커피.
퇴근하고 귀찮아서 시켜 먹은 배달 음식.
출퇴근하면서 무심코 결제한 편의점.
잘 사용하지 않는 구독 서비스.
한 번 결제할 때는 몇 천 원, 몇 만 원밖에 안 되지만 이런 지출이 한 달 동안 쌓이면 금액이 꽤 커진다.
그래서 처음부터 복잡한 가계부를 작성할 필요는 없다.
카드 앱이나 은행 앱에서 한 달 지출 내역을 확인하면서 대략적으로만 분류해도 된다.
주거비 / 식비 / 교통비 / 생활비 / 여가비 / 고정비 / 저축
이 정도로만 나눠봐도 내가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 어느 정도 보인다.
돈을 아끼는 건 무조건 안 쓰는 것보다 어디에 쓰고 있는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3. 월급날에는 저축부터 빼놓기
월급을 받고 남은 돈을 저축하겠다고 생각하면 생각보다 돈이 잘 모이지 않는다.
이번 달에는 친구를 만나서 돈을 좀 썼고,
다음 달에는 여행을 갔고,
그다음 달에는 갑자기 사고 싶은 게 생기고…
그러다 보면 항상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달은 어쩔 수 없었으니까 다음 달부터 모아야지.”
그런데 다음 달이 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월급이 들어오는 날에 저축할 금액을 먼저 빼놓는 방법이 꽤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월급날에 적금이나 별도 계좌로 일정 금액이 자동이체되도록 설정해 두는 것이다.
그러면 처음부터 남은 돈을 기준으로 생활하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월급의 절반을 저축할 필요는 없다.
생활비가 부족해서 다시 카드를 사용하게 된다면 오히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내가 몇 달, 몇 년 동안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을 정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적게 시작하더라도 꾸준히 유지하는 편이 낫다.
4. 비상금 통장은 따로 만들어 두기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 적금부터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적금만큼 중요한 게 비상금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별일이 없지만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생긴다.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고,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고장 날 수도 있다.
경조사가 생길 수도 있고 갑자기 이사나 이동과 관련된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때 사용할 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적금을 깨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모으는 돈과 별개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을 조금씩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몇 백만 원을 한 번에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월급날마다 5만원, 10만원씩 따로 넣어놓는 것도 괜찮다.
비상금은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돈이 아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해졌을 때 내 적금이나 투자를 건드리지 않게 해주는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5. 신용카드 한도가 내 월급은 아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신용카드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신용카드는 잘 사용하면 굉장히 편하다.
문제는 카드 한도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급이 250만원인데 카드 한도가 500만원이라고 해서 5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단순히 카드사가 빌려줄 수 있는 최대 금액일 뿐이다.
내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월급에서 고정비와 저축 등을 제외하고 정해야 한다.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게 할부다.
100만원짜리 물건을 10개월 할부로 구매하면 한 달에 10만원 정도만 나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부담이 적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소비가 여러 개 쌓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휴대폰 할부에 노트북 할부, 가전제품 할부까지 겹치면 앞으로 받을 월급의 일부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것과 비슷해진다.
할부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이번 달에 얼마를 냈는지보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얼마를 내야 하는지를 같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6. 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지 않기
첫 월급을 받고 나면 금융상품에도 관심이 생긴다.
청년 대상 적금이나 주택청약, 각종 우대금리 상품 등을 찾아보게 된다.
금리가 높은 상품을 찾는 것도 좋지만 가입하기 전에 조건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 내가 가입 대상인지
- 월 납입 한도는 얼마인지
- 가입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 기본금리는 얼마인지
-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 중도해지하면 어떻게 되는지
- 세금은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런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광고에서 **“최고 연 ○%”**라고 적혀 있는 것만 보고 가입하면 안 된다.
최고 금리를 받으려면 급여이체나 카드 사용, 특정 조건 충족 등이 필요한 상품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광고에 나오는 최고 금리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적용받을 수 있는 금리와 조건이다.
금융상품은 가입하는 것보다 끝까지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7. 1년 뒤 내 통장에 얼마가 있을지 정해보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추천한다면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돈 많이 모아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1년 뒤 비상금 300만원 만들기.”
“1년 동안 1,000만원 모으기.”
“매달 월급의 30% 저축하기.”
“올해는 신용카드 소비를 월 100만원 안으로 관리하기.”
이런 식이다.
꼭 큰 목표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너무 무리한 목표를 세우면 몇 달 지나서 포기하게 된다.
현재 월급과 생활비를 생각했을 때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3개월 정도 지나서 한 번씩 다시 확인해 보면 된다.
생각보다 많이 모였다면 목표를 조금 높여도 되고, 생활비가 부족했다면 저축 금액을 조정해도 된다.
처음 세운 계획을 무조건 끝까지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상황에 맞게 계속 수정해 나가는 것도 월급 관리의 일부다.
첫 월급부터 완벽하게 관리할 필요는 없다
첫 월급을 받았다고 갑자기 재테크를 잘할 필요는 없다.
주식도 해야 하고, ETF도 사야 하고, 청약도 가입해야 하고, 적금도 들어야 하고…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시작하기도 전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처음에는 정말 간단하게 시작해도 된다.
내가 매달 얼마를 받는지 확인하고, 고정비가 얼마인지 계산하고, 한 달 생활비를 정하고, 저축할 돈을 먼저 빼놓는 것.
이 네 가지만 해도 이전과는 돈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한두 달 정도 지출 내역을 확인하다 보면 내가 어디에 돈을 많이 쓰는지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하나씩 줄여가면 된다.
커피를 무조건 끊을 필요도 없고, 친구를 안 만날 필요도 없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소비부터 줄이면 된다.
처음부터 돈을 잘 모으는 사람보다는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사람이 결국 관리하기가 쉬워진다.
첫 월급은 단순히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받는 돈이 아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월급을 받고 생활하면서 만들어갈 돈 관리 습관의 첫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오늘 첫 월급을 받았다면 일단 통장 잔액을 보고 기뻐해도 된다.
그리고 내일부터 한 달 동안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만 기록해 보자.
생각보다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